퇴근 후 나만의 AI 팀
PART 15구글플레이베타테스트출시

12명이 11명이 되던 날 — 구글의 시계는 다시 0이 됐다

요건은 누적이 아니라 연속이었다. 테스터 한 명의 이탈로 14일 카운트가 리셋됐고, 2주짜리 관문은 3주가 됐다.

2026-08-246분 분량
!14일

앞에서 이렇게 적었다. 내 AI 팀이 앱 하나를 만드는 데 열흘이 걸렸는데, 구글 플레이의 관문 — 테스터 12명 × 14일 — 을 지나는 시간이 그보다 길다고. 그때는 그게 웃픈 계산 정도인 줄 알았다. 2주 기다리면 되는 거니까.

2주로 끝나지 않았다. 이 글은 그 기다림이 어떻게 3주가 됐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규칙을 다시 읽으니 무서운 단어가 하나 있었다

구글 플레이는 개인 개발자 계정이 앱을 정식 출시하려면 먼저 비공개 테스트를 거치게 한다. 요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테스터 12명 이상이 **최근 14일간 연속으로** 테스트에 참여하고 있을 것.

처음 읽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12명"과 "14일"이었다. 8월 4일에 테스트를 열고 지인들에게 부탁 메시지를 돌려 12명을 채웠으니, 산수대로면 8월 18일쯤 요건이 찬다. 달력에 그렇게 적어 뒀다.

무서운 단어는 따로 있었다. "연속."

8월 11일 — 12가 11이 됐다

iOS 3차 반려를 고치느라 정신이 없던 날, 플레이 콘솔의 숫자가 바뀌어 있었다. 테스터 11명. 한 분이 옵트아웃된 것이다.

여기서 이 요건의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 누적이 아니라 연속이므로, 14일 중 하루라도 12명 밑으로 내려가면 그 시점까지 쌓은 날짜가 의미를 잃는다. 은행 적금이 아니라 줄넘기 2단 뛰기 같은 것이다. 199개를 뛰었어도 걸리면 0부터다.

여기서 이 카운트의 성격을 하나 배웠다. 테스트 참여는 앱 설치가 아니라 "옵트인 상태"로 센다. 앱을 지워도 옵트인은 유지되고, 반대로 참여 링크에서 철회하면 앱이 폰에 멀쩡히 있어도 카운트에서 빠진다. 폰에 앱이 몇 대 깔려 있느냐가 아니라, 참여 명단에 몇 명이 남아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날 저녁 바로 연락을 돌려 12명을 복구했다. 하지만 진짜 질문이 남았다.

시계는 리셋됐는가 — 콘솔은 말해주지 않는다

여기가 이 관문에서 제일 답답했던 지점이다. 콘솔의 요건 카드는 체크박스 세 개를 보여줄 뿐, 카운트가 며칠까지 쌓였는지, 이탈로 리셋됐는지는 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험을 하나 설계했다. 원래 일정대로면 8월 19일 언저리에 세 번째 체크가 켜져야 한다. 켜지면 이탈이 카운트를 깨지 않은 것이고, 안 켜지면 복구일부터 다시 세는 것이다. 달력에 두 날짜를 다 적고 기다렸다.

8월 18일, 카드에 이렇게 떴다.

"현재 **6일 동안** 참여를 선택한 테스터 12명"

6일. 복구일인 8월 13일부터 다시 세고 있었다. 시계는 리셋된 게 맞았다. 새 만기일은 8월 26일. 8월 4일에 시작한 2주짜리 관문이 3주를 넘긴 순간이다.

그날 만든 운영 규칙 하나

원인을 알았으니 재발 방지책도 그날 정했다. 팀의 작업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테스터는 12명 **정원**이 아니라 **14~15명 버퍼**로 운영한다.

12명은 요건이지 목표가 아니었다. 정확히 12명을 유지하는 운영은 한 명의 변심, 한 번의 실수로 3주가 통째로 밀리는 운영이다. 남은 기간 동안 지인 몇 분을 더 모셨고, 이후로는 한 명이 빠져도 시계가 멈추지 않았다.

돌아보면 이건 기획자가 서비스 지표를 다룰 때 늘 하던 일이다. 임계값 위에 버퍼 없이 서 있는 지표는 이미 위험한 지표다. 그걸 내 앱의 테스터 수에 적용할 생각을 이탈이 나고서야 했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

8월 24일 — 세 번째 체크

리셋된 시계로 다시 14일. 이번에는 매일 아침 콘솔의 숫자부터 확인했다. 12명은 한 번도 깨지지 않았고, 8월 24일에 요건 카드의 체크가 모두 켜졌다. 그 자리에서 바로 프로덕션 액세스를 신청했다. 구글의 검토는 최대 7일이라고 한다.

애플의 관문과 구글의 관문을 둘 다 지나 보니 성격이 정반대다. 애플은 사람과의 문제였다 — 반려 사유를 읽고, 고치고, 회신으로 설득하면 며칠 안에 결판이 난다. 구글은 시간과의 문제다 — 설득할 사람이 없고, 숫자가 차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 심사는 실력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시간 게이트는 버퍼로 지킬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결론은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열흘 만에 앱을 만든 AI 팀의 속도는, 테스터 한 분의 조용한 옵트아웃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었다. 병목은 개발이 아니라 절차이고, 절차의 병목은 사람이다. 그러니 테스터 열두 분 — 아니, 버퍼까지 열다섯 분 — 이야말로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귀한 팀원들이었다는 이야기다.

다음 편은 이 기다림 뒤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던 또 하나의 사건이다. 2024년에 무심코 누른 체크박스 하나가 2026년의 나에게 청구서를 보내온 이야기. 이번 관문들 중 가장 길고, 가장 어이없는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