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체크박스 하나 — 잠긴 문이 다섯이었다
2년 전 결제 프로필에서 '조직'을 골랐다. 그 값은 바꿀 수 없었고, 바꾸는 유일한 길은 개발자 계정을 새로 만드는 것이었다.
테스터 14일을 기다리는 동안, 뒤에서는 더 큰 사건이 진행 중이었다. 구글에서 메일이 두 통 왔다. 요지는 이렇다 — 개발자 인증 양식에는 "개인"이라고 적혀 있는데, 결제 프로필의 계정 유형은 "조직"입니다. 불일치가 해소될 때까지 지급을 보류합니다.
조직이라니. 나는 1인 개발… 아니, 1인 기획자인데.
기억을 되짚어 올라가면 씨앗은 2024년에 있다. 구글 결제 프로필을 처음 만들던 날, 계좌 유형을 묻는 화면에서 "회사명(조직)"을 골랐다. 사업자 정보를 넣으려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화면 어디에도 "이 값은 다시 못 바꿉니다"라는 경고는 없었다. 그리고 2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2026년 8월, 그 체크박스가 청구서를 보내왔다.
문 다섯 개를 차례로 두드렸다
문제 자체는 단순해 보였다. 어딘가의 "조직"을 "개인"으로 바꾸면 된다. 그래서 바꿀 수 있는 문을 하나씩 두드렸다.
- 문 1 — 프로필의 계정 유형을 바꾼다. 잠김. 계정 유형은 프로필을 만들 때 한 번만 정할 수 있다. 화면에 연필 아이콘이 있어서 되는 줄 알았는데, 눌러 보면 유형만은 안 바뀐다.
- 문 2 — 다른 결제 프로필을 연결한다. 잠김. 플레이 콘솔과 결제 프로필은 평생 1회 연결이다. 이혼이 안 되는 결혼이었다.
- 문 3 — 조직 프로필을 삭제한다. 잠김. 지워도 연결은 안 풀린다. 삭제된 프로필에 영구히 묶인 계정만 남고, 거래·세금 기록은 30일 뒤 복구 불가가 되는데, 그런데도 새 계정은 여전히 필요해진다. 지우기 전에 이걸 알아서 다행이었다.
- 문 4 — 개발자 계정을 "조직"으로 올려서 맞춘다. 개인사업자니까 사업자등록증으로 조직임을 증명하면 되지 않을까. 구글의 답: "개발자 계정이 아닌 결제 프로필의 계정 유형을 변경해야 합니다." 정면 거절.
- 문 5 — 사업자등록증으로 밀어붙인다. 두 번째 라운드의 답이 결정타였다. "일반과세자인 경우 1인 기업(개인)입니다." 구글 기준으로 한국의 개인사업자는 '개인'이다. 조직은 법인만을 뜻했다.
다섯 문이 다 잠기고 남은 길은 하나였다. 새 구글 계정 → 새 개발자 계정 → 새 "개인" 결제 프로필 → 앱 이전. 2년 전 체크박스 하나의 값이, 개발자 계정 통째 이사였다.
순서가 전부였다
여기서 앞 편의 이야기와 합류한다. 구글 문서에 이렇게 적혀 있다 — 앱을 이전하면 테스트 트랙과 테스터 옵트인은 따라오지 않는다. 즉 지금 이사하면, 그 고생을 한 12명 × 14일 카운트를 버리고 새 계정에서 처음부터 다시 세야 한다.
그래서 이 사건의 마지막 판단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서로 하느냐"가 됐다. 지원팀에 확인 요청을 보냈고, 답을 받았다.
"프로덕션 액세스를 승인받아 프로덕션 트랙에 게시된 앱은, 이전하여도 비공개 테스트 조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존 계정에서 요건을 끝내고 정식 출시까지 마친 다음에 이사한다. 그러면 14일을 다시 세지 않고, 덤으로 앱 서명 키까지 함께 이전된다. 구글이 기한을 못 박지 않았다는 것도 이 순서를 가능하게 했다. 서두를 이유가 지급 보류뿐인데, 보류된 잔액을 확인해 보니 0원이었다. 기다림의 비용이 0인 싸움은 순서를 고를 수 있는 싸움이다.
새 문을 만드는 데도 문이 넷 있었다
새 계정을 만들면 끝일 줄 알았다. 아니었다.
전화번호. 브랜드용 새 구글 계정을 만들려는데 "이 전화번호는 너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가 떴다. 계정을 지워도 안 풀린다 — 누적 생성 횟수 기준이다. 해결은 우회가 아니라 방향 전환이었다. 로그인용 이메일은 스토어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공개되는 건 별도로 지정하는 "개발자 이메일"이다) 기존 개인 계정을 재사용했다.
이름. 계정 유형을 고르는 화면에서 "개인"의 설명이 이렇다 — *"아마추어 개발자, 학생이거나 취미로 개발하는 경우."* 사업자인 나는 또 "기관/단체" 쪽으로 손이 갔다. 2024년의 그 함정이 같은 자리에 같은 문장으로 그대로 있었다. 이번엔 안 밟았다.
주소 공개. 화면이 직접 말해준다 — *"수익을 창출하도록 선택하면 전체 법적 주소가 공개적으로 표시됩니다."* 설마 하고 실제 스토어의 다른 개인 개발자 계정 세 곳을 열어 봤다. 아파트 동·호수까지 그대로 나온다. 입력란 이름이 "동, 호 등(선택사항)"이라 안 보일 것 같지만, "선택사항"은 입력이 선택이라는 뜻이지 표시가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주소 증빙. 신원 확인에는 90일 이내의 주소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구글이 인정하는 목록은 공공요금 청구서, 카드 명세서, 은행 명세서, 임대 계약서. 그런데 한국 아파트에는 이게 다 안 맞는다. 공과금은 관리비에 묶여 개별 고지서가 없고, 카드사 전자명세서에는 주소가 인쇄되지 않는다. 답은 정부24의 주민등록표 초본이었다. 등본이 아니라 초본인 이유 — 초본은 첫 줄이 본인 성명이라, 한글을 모르는 심사자도 이름과 주소를 짚을 수 있다.
그리고 순서를 하나 뒤집었다. 서류를 프로필에 맞추는 게 아니라 서류를 먼저 구하고, 프로필의 주소를 서류 표기에 맞춰 고쳤다. 국내 반려 사례 1위가 주소 형식 불일치(지번 주소 vs 도로명 주소)다. 주소는 계정 유형과 달리 바꿀 수 있는 값이라 가능한 수였다.
같은 자리에서 헤맬 분들을 위한 답안지
이 문들을 지나며 확인된 사실만 모아 둔다. 한국의 1인 개발자·기획자에게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
- 한국 개인사업자는 구글 기준 "개인"이다. 조직은 법인. 사업자등록번호는 세금 정보에 따로 넣는 칸이 있으니, 그것 때문에 조직을 고를 이유가 없다.
- 결제 프로필의 계정 유형과 국가는 평생 간다. 주소·개발자 이름·공개 이메일은 나중에 바꿀 수 있다. 시작하기 전에 되돌릴 수 없는 값의 목록부터 만들어라.
- 수익화하는 개인 계정은 실명과 전체 주소가 공개된다. 동·호수까지. 실물 사무실 주소는 쓸 수 있지만 가상 오피스·사서함은 안 된다.
- 주소 증빙은 주민등록표 초본이 정답이다. 카드 전자명세서에는 주소가 없다. 서류를 먼저 구하고 프로필을 거기에 맞춰라.
- 계정 유형은 두 군데에 따로 있다. 플레이 콘솔의 개발자 계정과 결제 프로필은 별개 객체다. 이걸 모르면 지원팀과의 대화가 계속 어긋난다.
이 문 앞에서 배운 것
애플 편의 교훈이 "반려는 자동 심사 → 사람 심사 → 정책 심사로 깊어진다"였다면, 이번 편의 교훈은 이거다.
되돌릴 수 없는 필드를 먼저 찾아라. 계정·결제·스토어 설정에는 "생성할 때 한 번만" 정해지는 값이 있다. 그 목록이 미래의 3주를 아낀다.
하나 더. "돈이나 계정을 없애면 문제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세 번 다 틀렸다. 프로필 삭제도, 결제 환불도, 계정 삭제도 — 지워도 상태는 풀리지 않고, 지운 것만 사라진다. 플랫폼의 상태는 기록 기반이라, 없애는 것은 답이 아니라 증거 인멸에 가깝다.
지금은 두 건의 심사가 나란히 진행 중이다. 기존 계정의 프로덕션 액세스 검토, 새 계정의 신원 확인. 어느 한쪽만 끝나서는 이사를 갈 수 없다. 정식 출시 → 앱 이전 → 새 살림 정리까지 끝나면, 이 편의 결말을 채우러 돌아오겠다.
2024년의 나에게 한마디만 전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그 체크박스, 한 번 더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