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나만의 AI 팀
PART 14출시마케팅영상

감독은 AI, BGM은 Suno — 1인 마케팅팀의 출시일

반려당한 스크린샷을 영상으로 되살렸다. 그리고 8월 12일 저녁 8시 3분, 릴리즈 버튼을 눌렀다.

2026-08-127분 분량
정식 출시

심사를 통과하고 나니 손에 남은 게 있었다. 스크린샷 24장. 애플에게 한 번 퇴짜맞고 전부 다시 만든,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오래 걸린 그 결과물이다.

앱스토어에 올리고 나면 그걸로 끝인 재료다. 그런데 아까웠다. 저 안에는 앱의 핵심 흐름이 순서대로 다 들어 있었다. 담고, 정리되고, 찾고, 알림이 오는 과정. 이미 순서가 있는 그림 여섯 장이면, 그건 사실상 스토리보드다.

그래서 영상으로 만들기로 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 걸 소개 영상.

감독은 AI였다

작업은 이렇게 굴러갔다. 나는 "이 스크린샷들로 28초짜리 소개 영상을 만들자, 앱을 처음 보는 사람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라고 던졌고, AI 팀원이 장면 순서와 타이밍, 화면 전환, 자막 문구를 짜서 실제 영상 파일로 뽑아냈다.

완성된 구성은 이렇다.

  • 공유 탭 : 다른 앱에서 채록으로 건네는 순간
  • 정리 카드 : 채록이가 요약·분류한 결과
  • 검색 타이핑 : 나중에 다시 찾아내는 장면
  • 푸시 배너 : 아침 브리핑이 도착하는 순간
  • 엔드 카드 : 마지막 한 문장

여기서 하나 중요한 결정을 했다. 원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코드로 그린 가짜 폰 목업이 있었다. 그럴듯하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영상으로 바꾸면서 그걸 통째로 걷어냈다. 이유는 심사에서 배운 것과 같다 — 화면과 문구가 전부 실제 제품이어야 한다. 예쁘게 그린 가짜보다 투박한 진짜가 낫다는 걸 애플이 두 번에 걸쳐 가르쳐줬으니까.

한국어판을 만들고 나서 영어판도 같은 구성으로 한 벌 더 만들었다. 사이트 언어에 따라 자동으로 바뀐다.

이 지점에서 자잘한 함정이 하나 있었다. 언어를 바꿔도 영상이 안 바뀌는 것이다. 웹 브라우저는 영상이 재생 중일 때 파일 주소만 슬쩍 갈아끼우면 무시해버린다. 결국 "영상 요소를 통째로 새로 만드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런 건 알고 나면 한 줄이고, 모르면 한 시간이다.

엔드 카드 한 줄 때문에 다시 뽑았다

처음 만든 엔드 카드 문구는 "App Store에서 만나요" 였다. 그날 기준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iOS만 심사를 통과했으니까.

그런데 하루 뒤에 생각이 바뀌었다. 안드로이드도 곧 열릴 텐데, 그 순간 이 문구는 틀린 말이 된다. 영상은 한 번 걸어두면 한동안 안 건드리는 물건이고, 그 사이에 틀린 문구가 첫 화면에 떠 있는 건 곤란했다.

그래서 "지금 만나보세요" 로 바꿨다. 이 한 줄 때문에 한국어·영어 영상을 둘 다 다시 뽑았다.

카피 한 줄이 렌더링 시간을 부른다. 그래도 스토어 하나에 매인 문구보다는, 어디서 열려도 참인 문구가 낫다.

BGM은 Suno가 만들었다

영상까지 왔으면 음악이 필요했다. 작곡은 못 하고, 무료 음원 사이트를 뒤지자니 어디서 들어본 곡들뿐이었다. 그래서 Suno로 만들었다. 브랜드 톤 — 따뜻하고, 잔잔하고, 요란하지 않은 — 을 설명해서 곡을 뽑았다.

이쯤 되니 팀 구성이 이렇게 됐다.

  • 기획·연출 방향·최종 판단 : 나
  • 감독·편집 : Claude
  • 작곡 : Suno
  • 배포 : 코드를 밀어넣으면 알아서 올라가는 자동 배포

1인 개발팀에 이어 1인 마케팅팀까지 생긴 셈이다. 20년 전이었다면 영상 하나 만드는 데 외주 견적부터 받았을 일이다.

그런데 여기에 웃픈 반전이 있다. 지금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영상에는 소리가 없다.

브라우저에는 규칙이 있다. 사용자가 누르지도 않았는데 소리가 나는 영상은 자동 재생을 막는다. 방문하자마자 음악이 튀어나오는 사이트를 막으려는 정책이고, 옳은 정책이다. 그래서 첫 화면에서 저절로 도는 영상은 무음이어야만 한다. 작곡가에게는 미안하지만, 음악은 다른 무대에서 쓰기로 했다.

한 가지 더 챙긴 게 있다. 기기 설정에서 "움직임 줄이기" 를 켠 방문자에게는 영상 대신 정지 이미지 한 장이 보인다. 화면 움직임에 어지러움이나 두통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설정인데, 이런 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지만 안 하면 누군가는 불편하다.

8월 12일 20시 03분

출시 전 마지막 점검표를 하나씩 지웠다. 계약 상태, 구독 상품 승인 여부, 개인정보 라벨, 실기기에서 최신 코드가 도는지. 다섯 개를 다 확인하고 릴리즈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앱스토어 링크를 열었다. 404.

심장이 철렁했는데, 이건 정상이었다. 스토어 반영은 전 세계가 동시에 되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퍼진다. 그날의 기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 약 20분 뒤 : 미국 스토어 목록이 먼저 열렸다
  • 약 35분 뒤 : 한국 스토어가 뒤따랐다
  • 그보다 더 늦게 : 구독 상품 정보. 앱 목록이 열린 뒤에도 한동안 결제 화면이 상품 정보를 못 받아왔다

마지막 항목에서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상품 정보를 못 받은 결제 화면이 터지지 않고, 미리 준비해둔 기본 가격을 보여주면서 버튼만 비활성으로 두고 있었다. 몇 달 전에 "이럴 때 앱이 죽지 않게 하자"고 설계해둔 안전장치가, 실제 상황에서 처음으로 작동하는 걸 본 것이다. 설계는 이렇게 뒤늦게 채점된다.

그 밖에 출시일에 만난 것들.

  • 첫 실행은 내장된 코드로 돈다 : 맥에서 앱을 처음 열었더니 테스트 이력이 많은 계정이 잠깐 유료로 표시됐고, 두 번째 실행에서 제대로 무료가 됐다. 무선 업데이트는 두 번째 실행부터 적용된다는 걸 실물로 확인한 셈이다. 실사용자는 밟기 어려운 경로지만, 다음 빌드에서 손볼 항목이 하나 생겼다
  • 맥에도 앱이 떴다 : 요즘 애플 실리콘 맥에서는 아이폰 앱이 자동으로 맥 앱스토어에 노출된다. 따로 끄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는 걸 몰랐는데, 확인해보니 나쁘지 않아서 열어두기로 했다
  • 출시 직전에 버그 하나를 더 잡았다 : 크롬 확장에서 긴 글을 담을 때, 로그인이 안 된 상태면 로그인이 실패하는 문제. 주소창에 실린 본문이 너무 길어서 생긴 일이었고, 첫 화면에서 본문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주소창을 비우는 걸로 해결했다. 로그아웃 상태 + 긴 본문이라는 조합에서만 드러나는 버그라 그때까지 아무도 못 밟고 있었다

버튼을 눌러도 끝나지 않는다

출시라는 게 결승선일 줄 알았다. 실제로는 문 하나가 열린 것에 가까웠다.

버튼을 누른 뒤에도 링크가 퍼지길 기다렸고, 상품 정보가 도착하길 기다렸고, 그 사이에도 버그를 하나 잡았다. 안드로이드는 아직 테스트 기간 시계를 돌리고 있고, 크롬 확장은 재심사 중이다. 앞 편에서 "병목은 개발이 아니라 절차"라고 썼는데, 이제는 하나가 더 붙는다. 병목은 절차, 그리고 알려지는 일.

만드는 데 열흘, 심사에 여드레. 그리고 이제부터가 진짜 긴 구간이라는 걸 안다. 다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개발팀도, 디자인팀도, 마케팅팀도 여전히 내 노트북 안에 있으니까.

영상은 지금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소리 없이 돌고 있다. 28초짜리다. 스물네 장의 스크린샷과, 두 번의 반려와, 아무도 듣지 못하는 BGM이 거기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