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유입 0%의 발견 — SEO 다음은 GEO였다
만들기의 병목이 절차였다면, 알리기의 병목은 발견이다. 검색엔진에 사이트를 등록하고, 이제는 AI에게도 읽히게 고치는 중이다.
연재 통계 화면을 열었다가 숫자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유입경로 항목이 이랬다 — 플랫폼 내부 79.5%, SNS 9.1%, 기타 11.4%, 그리고 검색 0%.
0%. 반올림해서 0이 아니라 그냥 0이었다.
앱을 만드는 열흘 동안은 몰랐던 종류의 문제다. 만들기의 병목은 절차였다 — 심사, 테스터, 계정. 그런데 출시하고 나니 병목이 자리를 옮겼다. 알리기의 병목은 발견이다. 스토어에 올라갔다고 세상이 아는 게 아니고, 글을 썼다고 검색에 뜨는 게 아니었다.
수도꼭지가 잠겨 있었다
검색 유입 0%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글이 별로인가"였다. 자문단 — 그러니까 내 AI 팀 — 에게 물어보니 진단이 달랐다. 글의 문제이기 전에 배관의 문제라는 것이다.
검색엔진은 마법처럼 모든 사이트를 알지 못한다.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등록), 어떤 페이지들이 있는지 지도를 주고(사이트맵), 어디를 읽어도 되는지 알려주는(robots) 절차가 있다. 이게 안 되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글도 수도꼭지가 잠긴 수도관 속에 있는 셈이다.
돌아보면 우리 홈페이지에는 그 배관의 부품이 이미 심어져 있었다. 사이트맵도, robots 파일도, 구글과 네이버의 사이트 소유 확인 태그도 — AI 팀이 홈페이지를 만들 때 넣어둔 것들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부품이 있는 것과 수도국에 개통 신청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이것이다.
- 구글 서치 콘솔과 네이버 서치어드바이저에 사이트를 등록하고, 사이트맵을 제출한다
- 색인이 실제로 잡히는지, 어떤 검색어로 노출되는지 콘솔에서 숫자로 확인한다 — 브런치 통계의 "검색 0%"는 브런치로 들어온 유입만 세는 것이라, 진짜 성적은 여기서 봐야 한다
- 새 글이 나갈 때마다 색인 요청을 거는 운영 루틴을 만든다
정본은 하나여야 한다
여기서 기획자다운 결정을 하나 해야 했다. 같은 연재가 지금 세 군데에 있다. 내 홈페이지, 브런치, 그리고 홈페이지 안의 책 뷰어. 검색엔진 입장에서는 같은 글이 여러 주소에 있으면 어느 쪽이 원본인지 헷갈린다. 헷갈리면 나눠 갖고, 나눠 가지면 다 같이 낮아진다.
그래서 규칙을 세웠다.
정본은 내 도메인이다. 사본을 만들 때는 반드시 정본이 어디인지 표시한다.
책 뷰어의 모든 화에는 "이 글의 원본은 블로그의 이 주소다"라는 표시(canonical)를 심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하나 더 파서 같은 글을 올리자는 아이디어는 검토했다가 접었다 — 채널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정본의 힘을 나눠 먹는 네 번째 사본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GEO — 검색의 반대편에서 온 손님
여기까지가 교과서의 SEO라면, 지금부터가 이번에 처음 배운 부분이다.
요즘 사람들은 궁금한 게 생기면 검색창 대신 AI에게 묻는다. "개발 못 하는 기획자도 앱 만들 수 있어?" 같은 질문을 구글이 아니라 ChatGPT나 Claude에게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 AI는 어딘가의 글들을 읽고 답을 조립한다. 그 조립에 인용되는 글이 되도록 만드는 일 — 이걸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라고 부른다.
SEO가 검색 순위 싸움이라면 GEO는 인용 싸움이다. 그리고 AI에게 잘 읽히는 글의 조건은 사람의 것과 미묘하게 다르다.
- 사실을 완결된 문장으로 쓴다. "10일 만에", "반려 3번" 같은 숫자가 주어·서술어와 함께 한 문장 안에 있어야 AI가 떼어다 쓸 수 있다
- 분위기보다 구조. 제목·소제목·목록이 명확한 글이 발췌하기 좋은 글이다
- 질문에 답하는 형태. 사람들이 AI에게 던질 질문을 상상하고, 그 답이 되는 단락을 만든다
그러니까 지금 자문단과 하는 일은 이거다.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AI 팀에게 묻는다 — "이 페이지, 너희 눈에는 어떻게 보여? 너라면 이 글을 인용하겠어?" AI에게 잘 보이는 법을 AI에게 물어보는, 어디서도 해본 적 없는 종류의 리뷰다.
여기엔 묘한 대칭이 있다. 이 앱은 AI 팀과 만들었고, 이 연재는 AI와의 작업 기록이고, 이제 그 기록이 AI에게 발견되도록 고치고 있다. 만든 것도 AI, 알리는 통로도 AI인 셈이다. 20년 동안 해온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 일"의 마지막 구간이 이렇게 바뀌어 있을 줄은 몰랐다.
아직 숫자는 없다
이 편은 결과 보고가 아니라 작업 일지다. 등록과 수정은 진행 중이고, 색인이 잡히고 검색어에 노출되기까지는 몇 주가 걸린다고 한다. 심었으니 기다리는 구간 — 테스터 14일을 기다리던 그 감각과 비슷한데, 이번에는 버퍼 대신 측정이 무기다. 콘솔의 노출·클릭 숫자가 쌓이면, 회고 편에서 "검색 0%"가 어떻게 변했는지 숫자로 돌아오겠다.
교훈은 하나로 접힌다. 만드는 일이 끝나면 발견되는 일이 시작되고, 발견에도 설계가 필요하다. 기획자는 화면만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이 세상과 만나는 경로까지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것 — 알고 있던 문장인데, 검색 0%가 그걸 숫자로 다시 가르쳐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