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0회고숫자
만드는 데 열흘, 내보내는 데 다섯 주
숫자로 다시 세어 보니, 앱을 만든 시간보다 그 앱을 세상에 내보낸 시간이 세 배 넘게 길었다.
2026-09-145분 분량
이 여정을 마무리하며 감이 아니라 숫자로 다시 세어 봤다. 처음엔 "한 열흘 걸렸지" 하고 적으려다, 달력을 펴 놓고 보니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체감과 기록은 역시 다르다.
두 개의 기간
- 만드는 데 : 7월 24일 ~ 8월 5일, 약 열흘. 전부 퇴근 후 밤 + 출퇴근길. 아이디어를 던진 첫 프롬프트부터 iOS·안드로이드·웹·확장·서버가 도는 상태까지.
- 세상에 내보내는 데 : 그 뒤 약 다섯 주. 애플 심사 3반려와 재제출, 출시, 안드로이드 테스터 12명이 한 번 무너져 시계가 리셋된 일, 2024년의 체크박스 하나 때문에 개발자 계정을 통째로 이사한 일, 그리고 구글 프로덕션 액세스 반려까지.
숫자로 늘어놓고 나서야 이 편의 제목이 정해졌다. 만든 시간보다 내보낸 시간이 세 배 넘게 길다. 예전에는 정확히 반대였다. 개발이 몇 달, 스토어 등록이 며칠. 그 비율이 뒤집힌 것이 이번 여정에서 가장 낯설고 가장 오래 남은 감각이다.
나머지 숫자들
- 사람 : 1명. 기획·결정·QA·스크린샷 수공업·CS까지 전부 한 사람.
- AI와의 대화 : 가장 바빴던 한 주만 잘라 실측했을 때 세션 19개, 메시지 7,247개, 토큰 4.3M. 활성 일수는 7일 중 6일 — 하루도 못 쉰 주였다는 뜻이다. 이건 전체가 아니라 가장 뜨거웠던 한 주의 조각이다. 전체 기간을 세면 이보다 훨씬 크다. 참고로 사용 통계 화면에는 "Dune 소설 한 권보다 약 17배 더 많은 토큰을 썼다"는 문구가 떴다. 프랭크 허버트에게는 미안하지만, 앱 하나 만들고 내보내는 게 사구 행성의 정치보다 말이 많았다.
- 가장 많이 접속한 시각 : 오후 9시. 퇴근하고 씻고 노트북 앞에 앉는 바로 그 시각.
- 자동 검증 : 커밋마다 도는 검사가 303건에서 499건으로 늘었다. 막힐 때마다 "다시는 여기 안 빠지게" 규칙을 하나씩 더 얹은 결과다. 검사기는 버그를 잡으려고가 아니라, 내가 안심하고 손대려고 쌓은 것이다.
- 산출물 : iOS 앱, 안드로이드 앱, 웹, 크롬 익스텐션, 클라우드 서버, 그리고 폰 안에서 도는 소형 AI 하나. 출시 뒤에도 멈추지 않고 리마인더·할 일·장보기·만료 알림·장소 같은 능력이 계속 더해졌다.
- 가장 오래 걸린 단일 작업 : 코딩이 아니라 애플 스크린샷 4종 세트(영어/한국어 × 아이폰/아이패드). 반려당하고 통째로 다시 만든 그것.
- 가장 긴 대기 : 구글이었다. 처음엔 "테스터 12명 × 14일"인 줄 알았는데, 그 14일이 리셋되고 계정 이사가 얹히고 프로덕션 액세스가 한 번 반려되면서 몇 주로 불어났다. AI 팀의 개발 속도가 스토어의 절차 속도를 이기지 못한, 이 여정 내내 반복된 구도다.
숫자 뒤에 남은 것
제일 눈에 걸리는 건 역시 두 기간의 비율이다. 만드는 일이 흔해지고 빨라질수록, 그 결과를 세상에 내보내고 지키는 일 — 심사, 정책, 계정, 검색, 발견 — 의 몫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열흘 만에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사실보다, 그 열흘짜리를 내보내는 데 다섯 주가 들었다는 사실이 이 시대를 더 정확하게 말해 준다.
한 가지 더. 저 메시지 7,247개는 균등하지 않았다. 잘 풀린 날은 짧은 대화 몇 번에 기능 하나가 끝났고, 막힌 날은 같은 문제를 붙들고 수백 개씩 주고받았다. 그리고 막힌 날의 대화는 대부분 "무엇을 만들까"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알아내지" 를 붙들고 있었다.
만드는 능력이 흔해질수록, 진단하는 능력이 비싸진다. 이 여정이 내게 남긴 가장 값진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