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나만의 AI 팀
EPILOGUE회고기획자

기획자에게 온 시대

AI와 일하는 건 코드를 대신 짜게 하는 일이 아니라, 작은 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이다.

2026-08-055분 분량

열흘을 겪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AI와 일하는 건 "코드를 대신 짜게 하는 일"이 아니라 "작은 조직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 이다.

열흘 동안 몸으로 익힌 규칙은 네 개다.

  • 문서가 팀의 기억이다 — 적지 않으면 내일 밤에 사라진다
  • 규칙은 말이 아니라 검사기로 만든다 — 말로 한 규칙은 3주면 잊힌다
  • 결정은 사람이, 근거는 기록으로 — 그래야 내일 밤의 AI가 어젯밤의 결정을 뒤집지 않는다
  • 기기에서 본 사실이 추론을 이긴다 — 화면 속 짐작보다 눌러본 결과가 맞다

돌아보면 전부 좋은 기획자, 좋은 PM이 원래 하던 일이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기준을 세우고, 결정을 기록하고, 사용자의 현실을 믿는 것.

달라진 건 그 일들의 효력이다. 사람 조직에서 문서화를 게을리하면 누군가 물어봐 주고, 기준이 흐릿하면 경험 많은 동료가 알아서 메워준다. 그래서 나쁜 습관이 티가 잘 안 난다. AI 조직에서는 그 완충재가 없다. 문서가 낡으면 그 다음 결과물이 바로 어긋나고, 기준이 없으면 화면마다 다른 답이 나온다. 잘하던 사람은 더 빨라지고, 대충 하던 사람은 더 빨리 무너지는 구조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가 기획자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반대다. 코드를 쓰는 손은 이제 빌릴 수 있다. 빌릴 수 없는 건 무엇을 만들지,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 이 문장이 사용자를 어떤 기분으로 만들지에 대한 판단이다. 20년간 그 판단을 연습해 온 사람에게, 지치지 않는 팀이 생긴 것이다. 퇴근 후에만 출근하는 팀이지만.

물론 이 열흘로 모든 걸 알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채록은 아직 사용자가 거의 없는 앱이고, 진짜 시험은 사람들이 실제로 쓰기 시작한 다음에 온다. 열흘 만에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열흘 만에 만든 것이 좋은 서비스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다만 확실한 건, 이제 그 검증을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짧아졌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세상에 닿기까지의 거리가 짧아졌다는 건, 더 많은 아이디어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채록이는 지금 심사 대기열에 있고, 열두 분의 베타 테스터가 2주의 카운트다운을 함께 돌고 있다. 다음 글은 아마 "출시 첫 주, 그리고 첫 CS 문의"가 될 것이다. 그 문의를 받는 담당자가 누구일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채록(Chaerok) — 당신의 두 번째 뇌. AI 에이전트 채록이가 대신 기록하고 연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