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포 — 진짜 보스는 코드 밖에 있었다
특수문자를 거부하는 입력창, 손으로 찍은 스크린샷 4종 세트, 그리고 테스터 12명 × 14일.
빌드를 만들어 iOS는 테스트플라이트(애플의 베타 배포 채널)로, Android는 플레이 콘솔에 올렸다. 여기서부터는 개발이 아니라 행정의 영역이고, 행정에는 행정만의 보스들이 있었다.
앱을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이 구간이 만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경험 때문에 방심했다. 예전에는 이 과정을 다른 사람과 나눠 했다. 스토어 문안은 마케팅이 다듬고, 스크린샷은 디자이너가 만들고, 심사 대응은 개발자가 했다. 혼자 하니 그 일들이 전부 한 사람 앞에 순서대로 줄을 섰다.
세 마리가 차례로 나왔다.
- 1번 보스 : 앱스토어 문안 입력창
- 2번 보스 : 스크린샷
- 3번 보스 : 시간 그 자체
1번 — 특수문자를 거부하는 입력창
앱스토어 문안 입력창. 정성껏 다듬은 소개 문구의 괘선(─)과 특수문자(■, ※)를 애플이 "유효하지 않은 문자"라며 거부했다. 어느 문서에도 안 나오는 제약이라, 어떤 문자가 통과되는지 하나하나 실험해서 통과판을 만들었고, 그 결과를 문서로 남겼다. 다음에 문안 고칠 때 같은 벽에 안 부딪히도록. 이런 건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겪은 사람이 기록을 안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남겼다.
2번 — 최종 보스, 스크린샷
고백하자면 AI 팀원이 스토어용 그래픽을 몇 종 만들어주긴 했다(구독 안내 이미지, 플레이스토어 피처 그래픽 등은 스크립트로 뽑았다). 하지만 애플 심사에 필요한 스크린샷 세트 — 영어판, 한국어판, 거기에 아이폰만이 아니라 아이패드용까지 — 를 기기 규격에 맞춰 찍고, 다듬고, 언어별로 맞추는 작업은 결국 사람 손이었고, 솔직히 이게 열흘 통틀어 단일 작업으로는 가장 오래 걸렸다.
이 작업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뜯어보면 이렇다. 스크린샷은 단순히 화면을 찍는 게 아니라 앱에 데이터가 들어 있는 상태를 만들어놓고 찍어야 한다. 빈 라이브러리를 찍으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니, 그럴듯한 기록 몇 개를 미리 넣고, 그 기록들이 영어판에서도 자연스러워야 하고, 아이패드에서는 같은 화면이 다르게 배치되니 다시 만들어야 한다. 기기 규격마다, 언어마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앱을 만드는 건 AI가 도와줘도, 앱을 "보여주는" 준비는 아직 꽤나 수공업이다.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이것부터 자동화할 생각이다.
3번 — 시간 그 자체
구글 플레이는 개인 개발자 계정의 정식 출시 전에 비공개 테스터 12명을 모아 14일간 테스트를 거치게 한다. 그러니까 계산이 이렇게 된다 — 내 AI 팀이 앱 하나를 만드는 데 열흘이 걸렸는데, 그 앱을 테스트할 사람 12명을 모으고 2주를 기다리고 심사를 받는 시간이 그보다 길다.
만드는 속도가 세상의 검증 속도를 추월해 버린 시대의 웃픈 단면이다. 이 규칙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개인 개발자 계정으로 쏟아지는 저품질 앱을 막으려면 어떤 문턱이든 필요하고, 실제 사용자 12명의 2주가 그 문턱으로 나쁘지 않다. 다만 그 문턱이 설계될 때의 전제 — 앱 하나를 만드는 데 몇 달이 걸린다는 전제 — 는 지금 내 책상에서만큼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지인들에게 테스터 부탁 메시지를 돌리며 생각했다. 병목은 이제 개발이 아니라 절차구나.